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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늘에서 벌어지는 굿판

염결 2006. 4. 5. 22:57
 

 

하늘에서 벌어지는 굿판



노중평




우리 굿을 보고 있으면 역사가 오래된 종교는 역사가 일천한 종교에게 잡아먹히는 종교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굿의 역사가 시작된지 1만년이 넘는데, 지금 이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고, 엉뚱하게도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서 굿이 생겨났다고 말한다. 그런 말을 하게 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굿이라는 문자는 거북이를 뜻하는 귀龜자와, 굿을 하고 하백회의를 하던 장소를 의미하는 구丘자가 가지고 있은 두 가지 의미가 합성된 의미의 합성어이다.


귀는 천문에서 하늘에 뜨는 별인 귀수龜宿와 현무玄武를 의미한다. 귀수가 가리키는 방향이 굿을 할 장소를 정하는 방향이다. 이를 구지龜旨(굿이라는 뜻)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이 국가적인 행사를 하려면 거북이를 가지고 점을 치는데, 거북이가 목을 빼어 바라보는 장소가 굿을 하는 장소가 되었던 것이다.  


수로왕이 구간九干들 앞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점을 쳐서 굿하는 장소를 정할 때 부른 무가巫歌, “거북아 거북아 목을 내밀어라 내밀지 않으면 번제 올려 연기로 올리리(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와 관련이 있다. 거북이가 가르쳐주는 방향이 굿을 하는 장소인데, 그 자리가 수로왕이 구간을 거느리고 가락국의 국왕으로 등극하는 자리가 된다.


귀수는 동북쪽 하늘(미수尾宿와 기수箕宿 사이)에 떠있는 거북이 형상으로 생긴 5각형별인 귀수5성이다. 귀수5성이 자미원 쪽으로 바라보는 곳에 태미원太微垣이 있는데, 태미원 안에서 자미원의 바깥쪽에 임금이 즉위하는 즉위라는 별자리인 즉위15성이 있고, 즉위15성의 배후를 북두칠성이 감싸고 있다.

 

북두칠성의 첫째별을 자미성 또는 천추성이라고 하는데. 귀수의 머리(구지龜旨)가 바라보는 곳에 이 별이 있다. 북두칠성에 속한 천추성은 하늘에서 행정부(북두칠성의 역할을 말한다) 수반의 역할을 맡는다.


수로왕이 구간을 모아놓고 구지가를 불렀을 때 하늘 문이 열리고 하늘에서 수로왕의 즉위를 허락하는 징조가 있었을 것으로 본다.


현무는 마고가 그의 후손들을 마고성에서 쫓아냈을 때 마고족의 장자인 황궁이 이끌고 간 무리가 정착한 곳을 의미한다. 귀수가 이동하면서 북방현무칠수北方玄武七宿가 되는데, 거북이 한 마리가 뱀이 감싸고 있는 거대한 거북이의 형상으로 변한다. 이 별자리가 북방현무칠수이다. <부도지>에서 북방현무가 조응하는 곳을 천산주天山洲라고 하였다. 천산주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천산으로 불리는 섬이라는 뜻이다. 천산은 하늘 산이다. 이러한 곳은 굿을 할 때 하늘 문이 열리고 천신들이 하강하는 산이다. 이러한 산이 천산이다.

 

천산의 머리 위 하늘에 있는 하늘문은 영험한 무당이 굿을 하며 천왕문을 열어달라고 무가사설을 읊을 때 열린다. 하늘문이 열리기를 기대하려면 밤에 천산에 가서 굿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천산은 중국 땅에 있는 천산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당이 명기를 받으려고 3산을 밟는데 그곳이 천산이 된다.

 

명기를 받고 굿을 하는 곳을 배달나라에 속한 청구국을 다스렸던 치우천왕 때에는 구丘라고 하였다. 이런 곳에서 화백회의를 열어 여기에 국國을 정하면 이 국을 邱라고 하였다. 치우천왕이 다스린 청구靑邱는 이렇게 하여 생긴 것이다. 청구는 동쪽 구丘에 정한 국國이다.    


위에서 천문과 문자를 풀어서 살펴보았듯이 우리의 상고시대 역사는 굿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군조선시대에는 굿을 무천舞天이라고 하였다.(<兎園策府>) 단군조선을 계승한 동예東濊에서 굿을 무천이라고 하였다. 단군조선에서는 굿을 할 때 이를 국중대회國中大會라고 하였고, 국중대회에서 천제天祭를 지냈는데, 이 천제가 바로 굿이었다. 굿을 하던 곳을 천산이라고 하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굿이 불교와 도교의 영향을 받아서 만들어졌다는 말은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 우리가 전통 버리기를 쓰레기 버리듯 하는 민족이므로 이러한 망발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우리 조상 중에 불교와 도교를 적당히 섞어서 굿을 만들만큼 정신 나간 사람이 있을 상 싶지 않다. 오히려 불교와 도교가 굿에 침범하여 기생하며 왜곡시키고 변형시킨 것이 굿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생각을 갖게 된 데는 역사와 종교에 대한 공부가 부실한 학자들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우리 역사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는 그들이 엉터리연구를 세상에 내놓는 바람에 이 나라 백성들이 판판 무식쟁이가 되고 만 것이다.


고구려 때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에 우리의 종교가 어떠한 종교라는 답이 나와 있다. 그러나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대한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를 알고자 해도 수월한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은하계를 삼원三垣으로 나누었다. 삼원이란 3개의 하늘울타리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이 우리은하계를 3원으로 나누었듯이 우리은하계 밖에 있는 다른 은하계도 똑같은 이치로 3원으로 나누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이 이미 9900년 전부터 <천부경>의 이치에 따라 생각하는 사유체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하늘을 3원으로 나눈 것이다. 


<천부경>은 원래 갑골문자甲骨文字와 유사하게 생긴 한국의 고유문자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한자로 번역한 최치원 번역본의 <천부경>이 전해 온다.

 

<천부경>은 9×9의 기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굿상에 거는 전발을 99전발이라고 하는 데, 이는 <천부경>을 굿상에 걸어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요즈음 굿상에 거는 전발은 가로 길이가 세로 길이보다 너무 길어서 원래 <천부경>의 구도인 정방형正方形을 웨곡한 형상으로 만들어졌다. 정방형의 형상에 <천부경>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이지, 석쇠구멍처럼 숭숭 뚫려 있는 장발과 장발에 뚫린 구멍에 <천부경>의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 원형과 정방형에는 흉방凶方이 생기지 않으므로 <천부경>을 정방형을 만들어 벽사의 의미로 쓴 것이다. 

     

<천부경>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일석삼극一析三極이라는 논리체계이다. 우주의 생성과 분화가 일석삼극의 논리로 확장해 나간다고 보고 이를 중요시한다. 도道를 1 이라고 하고, 1에서 3으로 분화됨을 일석삼극이라고 한다. 수로는 3으로 표시한다. 이를 삼신이라고도 한다. 일석삼극이 한 바퀴 돌면 운삼사성환運三四成環이라고 하는데, 수로는 4로 표시한다. 4가 다시 일석삼극하면 이를 12라고 한다. 하늘에서 1은 조종으로, 3은 종성으로, 12는 종인으로 본다.


조선왕조를 세울 때, 천문의 이치에 따라서 도봉산을 조선왕조 명산의 조종祖宗으로 보고, 삼각산, 구월산, 묘향산을 宗星으로 보고, 각산에 배속된 4개의 산들을 종인宗人으로 보았다.


산은 1산은 천산이고, 3산은 삼신산이고, 12산은 명산이다. 우리에게서 12명산이 거론되기 시작한 때는 단군조선 때였다.


3이 3으로 분화되면 이를 선線의 완성으로 보았다. 3×3×3×3 즉 3이 각각 4번 분화하면 81이 되는데, 81개의 방형이 모여서 정방형이 된 것이 천부天符이다. 굿에는 이 천부를 천발로 만들어 굿상 위에 걸치고 우주적 주술성이 생기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천발이라고 하지 않고 전발이라고 한 것은 천발天發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 본다. 천발은 천부발인天符發人의 뜻으로 쓴 것이고, 발인은 동이東夷이다. 발은 ‘발이 빠른 사람의 발’이라는 뜻이다.


하늘에서 천발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별자리가 즉위卽位별자리와 천전天田 별자리이다. 즉위는 태미원의 상단과 북두칠성의 하단 사이에 있는 별자리로 3×5=15성(3이 5번 분화했다는 뜻)으로 구성되어 있고, 천전은 견우성 바로 아래쪽에 있는데, 3×3=9성(3이 3번 분화했다는 뜻)으로 되어 있다. 즉위성은 북두칠성이 태미원의 제위, 다시 말해서 한국의 제위를 의미하는데, 처음 제위에 오른 분이 한인천제이다. 한인천제가 제위에 오른 것을 하늘에 기록한 것이 제위별자리와 그 주변의 별자리이다.  북두칠성이 제위를 관장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양별자리에는 한인천제가 땅꾼으로, 한인천제를 배출한 풍이족이 뱀으로 표현되어 있다. 천전은 견우가 가는 하늘의 밭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청구국의 별인 청구육성靑邱6星의 바깥쪽에 구부린 뱀의 형상의 청구국의 종묘(배달나라의 종묘로 볼 수 있다)별자리가 있고, 그 곁에 토지를 관장하는 직책인 토사공土司空이 있고, 호혜경제시대에 각 부족에게 그릇을 만들어 공급했던 器府29星의 별자리가 있다. 기부가 29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당시 청구국을 구성하고 있던 부족의 수가 29개였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청구의 하늘에 그릇 만드는 기부29성과 종묘성을 표시한 것은 청구가 배달나라를 구성하는 구려족의 장자로서 모든 인종을 대표하여 조상에게 제사지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우리 조상이 우리에게 전해준 종교에 대하여 깊이 있게 연구해야 한다. 연구를 하지 않으면 우리의 고유한 선발종교先發宗敎가 이 땅에 쳐들어온 후발종교後發宗敎에게 잡아먹혔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것을 찾아내어 이것이 우리의 것이요 하고 외국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이다. 




    

출처 : 마고지나 이야기
글쓴이 : 마고지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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