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에 나오는 말미의 자손 아비· 깨비· 애비
노중평
신 내림을 받은 사람이 내림굿을 하여 무당이 되기 전에 꿈에 본 장소에 가서, 어떤 무당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땅에 파묻은 ‘말명(세상을 떠난 무당)의 무구’를 캐오는 경우가 있다. 신참무당이 하는 이러한 행위는 신 내림을 받은 사람이 무당이 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말명이 굿을 할 때 썼던 명두나 방울을 캐 옴으로써 그가 말명의 대를 잇는 무당이 된다는 의미가 있다. 무당이 겪게 되는 이러한 일은 무당이 섬겨야 하는 신명에 대하여 아는 것이 많지 않은 보통사람들에게는 불가사의한 일로 보인다.
무당들은 자기들이 쓰는 무당용어의 본뜻을 숨기기 위하여 약어를 많이 사용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그 본래의 뜻을 알지 못하고, 무당들조차도 본래의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일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말명이라는 말이 약어이므로 이 약어를 원래의 말로 복원하여 본래의 의미를 찾아보기로 한다. ‘말’은 ‘마고할미’의 줄임말이고, ‘명’은 ‘명두’의 줄임말이다. 그러므로 ‘말명’은 ‘마고할미명두’의 줄임말이 되는 것이다. 이 말에는 “마고할미로부터 받은 명두”라는 의미가 있다. ‘명두明斗’는 ‘日 月 斗’의 줄임말이다. ‘日’과 ‘月’을 붙여 ‘明’을 만들었다. 그래서 ‘明斗’라고 하였다.
‘마고할미로부터 받은 명두’에는 우리나라의 ‘시조역사始祖歷史’, ‘원형종교사原形宗敎史’, ‘마고가 세운 최초의 나라 마고지나麻姑之那의 역사’가 숨어 있다. 마고가 명두를 후손에게 전수하면서 이러한 역사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명두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천부인天符印이다. 천부인은 하늘에 새긴 도장이라는 뜻인데, 별들을 대표하는 해· 달· 북두칠성을 말한다. 해· 달· 북두칠성을 천부삼인이라고 하였고, 해· 달· 북두칠성을 새긴 구리거울을 명두라고 하였다.
마고의 자손인 황궁이, “천부삼인은 마고가 주신 해혹복본解惑復本의 징표”라고 하였다고 <부도지>에 기록되어 있다. ‘해혹복본’은 “왜 마고의 후손이 마고성에서 추방당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밝히라”는 종교적인 메시지이고, 그 징표가 ‘천부삼인’인 ‘명두’이다.
명두나 방울을 캐오는 사람을 구애비라고 하는데, 한자로 귀업鬼業이라고 써왔다. 귀신을 부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구애비를 鬼業으로 바꾸어 귀신을 부리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본뜻이 왜곡된 것이다.
명두를 캐는 일은 해혹복본하기 위하여 천부인을 개는 일이고, 방울을 캐는 일은 굿을 할 때 방울을 울려 율려律呂를 만들어 마고의 신명이 하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일이다. 그러므로 ‘구애비’를 귀신을 부리는 일로 보는 것은 가당치 않은 것이다. 무당이 되려는 사람들은 이점을 분명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구애비’는 ‘굿애비’, ‘굿아비’라는 뜻이다. 굿은 한자로 구지龜旨, 구龜, 현무玄武로 쓴다. 현무에는 龜 +巳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굿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쓰는 이유는 굿의 어원이 천문天文에 있기 때문이다. 천문에서 북두칠성을 바라보고 있는 귀수龜宿가 어원이 된다. 북두칠성이 칠성님으로 제사의 대상이 되고, 또 북두칠성이 제사의 방위인 동북간방東北艮方에 뜨기 때문에, 북두칠성을 바라보는 귀수가 굿의 어원이 되는 굿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굿을 할 수 있도록 귀수가 하늘에 뜨기를 비는 사람이 구애비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백제는 무사를 싸울아비라고 하였다. 아비나 애비나 다 같은 뜻이다. 치우천왕시대에는 군인을 도깨비라고 하였다. 도깨비는 돋애비이다. 해를 돋게 하는 사람이 돋애비이다. 강화도에는 군인들이 순찰을 돌았음직한 곳에 도깨비불이라는 지명이 남아 있다. 돋애비가 불을 들고 순찰을 돌았기 때문에 그러한 지명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된 것이라고 본다.
<대감굿>에 도깨비대감이 등장한다. 도깨비대감이란 도깨비의 대감이라는 뜻이다. 대감은 단군왕검이 왕검의 지위에 오르기 전의 관직 이름이다. 2002년 월드컵 축구 때 우리는 너나없이 치우천왕의 상징인 도깨비얼굴을 인쇄한 깃발을 응원기로 사용하였다. 그러면서 붉은 악마라고 하였다. 도깨비의 뜻을 몰랐기 때문에 우리가 어지간히 무식하다는 것을 세계만망에 선전을 한 셈이다. 이번 2006년 월컵 야구 때 치우천왕얼굴을 인쇄한 푸른 도깨비가 응원기로 나왔다. 이제 도깨비가 제자리를 찾은 셈이다. 도깨비가 치우천왕이 지휘했던 군대를 의미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논이나 밭 가운데에 허수아비를 세운다. 허수아비는 허수虛宿아비이다. 빈별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빈별은 아무도 살지 않는 별, 생명이 없는 별이다. 생명이 없는 별에 살고 있음으로 허수아비라고 한다. 허수아비를 산아비의 대용으로 쓰는 것이다. 산아비는 실수室宿아비로 볼 수 있다. 실수아비는 부인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빈별을 <부도지>에서는 허달성이라고 하였다. 허달성의 주인을 허주라고 하였다. 허주 밑에 딸린 식구들이 뜬 조상들· 수비들· 잡귀들이다. 내림굿에서는 마고가 새로 태어나는 무당에게 명두를 주고자 할 때, 명두를 뺏어가고자 노리는 허주에 딸린 식구들을 벗겨내는 굿을 한다. 허주에 딸린 식구들이 허깨비이다.
허주에 대응하는 분이 성주인데, 실달성의 주인이 성주이다. 굿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분이 성주이다. 성주는 성조라고도 하는데 땅에 사는 사람에게 살 집을 지어주기도 하고, 또 몸주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굿에서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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