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왕검을 모신 사직단에서 조선시대 왕비의 춤인 태평무를 추고 있는
이귀선씨. 태평무는 왕십리도당인 수풀당에서 전승되어 오는 왕십리장
단에서 나와 무형문화재가 되었다.
도를 아는 개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데 전화가 왔다.
“선생님 댁에 계세요?”
이귀선씨의 목소리였다. 오래간만에 듣는데 굉장히 밝았다.
“구로동에 있어요.”
“지금 서울로 가고 있는데 댁에 들르려고요.”
집에는 집사람이 있었다. 이귀선씨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집으로 가기로 하였다. 사무실에서 나와 전철을 탔다. 미아삼거리 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가 한 대 서더니, 이귀선씨가 나를 불렀다. 묘하게 미아삼거리에서의 해후였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다.
“선생님, 타세요.”
운전석에 앉은 유승엽씨가 말한다.
이리하여 집으로 함께 오게 되었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이 앞으로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한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해산물이 든 박스를 내렸다. 그리고 6층으로 올라갔다. 집사람이 편두통으로 약을 먹고 약에 취해 있었다. 잠자리가 깔아 놓은 그대로였다.
해산물 박스를 여니, 여러 가지 생선이 들어 있다. 아지, 아구, 흰 조기, 그 외에 낚시해서 잡았다는 생선도 들어 있었다. 통영에서 직송하듯 차에 싣고 온 것이다.
회도 있었다. 내가 회를 좋아한다고 떠온 것이다.
마침 집에 미국인 위치가 주고 간 조니워커 블랙라벨이 있었다. 그 술을 한잔씩 따르고 회를 먹기 시작했다.
나는 모처럼 보는 두 사람의 얼굴이 밝고 좋아져서 기분이 좋았다. 예뻐졌다고 해야 할지... 오늘은 이런저런 일로 두루 기분이 괜찮은 날이다.
“여보, 여기에 삼신할머니가 계셔. 당신이 하루에 한 번 절하지.”
내가 집사람에게 대 위에 놓여 있는 솟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솟대는 작년에 이귀선씨가 가지고 있던 것을 내게 준 것이다.
“부자가 된데요?”
나이 든 마나님의 입에서 그런 말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좋은 일이 있을 거예요.”
유승엽씨가 말한다.
“그렇다면 하루에 3번이라도 하지요.”
집사람이 어린애처럼 좋아한다.
“원효스님이 <금강경>을 해석할 때 우마차 위에 쇠뿔을 두 개 놓고 글을 쓰셨다는데 알고 계세요? 무슨 의미일까요?”
유승엽씨가 묻는다. 들으니 금시초문이다.
“역시 천문이군.”
쇠뿔은 대각大角과 각수角宿을 상징한다. 이들 별들은 동이족의 별들이다. 원효스님이 <기신론소>를 정리하실 때 <천부경>의 일석삼극의 논리로 정리하신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조상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였을까? 쇠뿔이라면 그렇게 밖에 생각이 가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말에 유승엽씨가 머리를 끄덕한다.
“요즈음 집에 송아지만한 알라스카의 개를 한 마리 데리고 있어요. 잘 짖지 않고 아주 점잔은 개예요. 개가 무얼 알아요.”
이귀선씨가 덩치 큰 개의 어기적거리는 행동을 흉내 내며 말한다.
어떤 암자에서 주어 데리고 온 개인데, 이귀선씨가 삼신전三神殿에 들어가 기도를 하고 있으면 삼신전 밖에서 엄숙한 얼굴로 앉아 있다고 했다.
“이리 들어와.”
라고 했더니, 개가 비단천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기도하듯이 앉아 있는 다고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갈 때에도 아주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나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전생이 도인인 개가 들어오셨군!”
내가 한마디 한다.
시간이 어느덧 밤 12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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